심평원 "불필요한 검사도 의사가 권하면 따르는 환자 많아 통제 필요"
의사가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 및 치료행위를 권고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건강보험 가입자의 의료이용 예측 모형 개발 연구를 통해 일반 국민들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경향성을 분석했다.
우리나라 국민 의료비의 증가 추이는 OECD 평균보다 높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공공영역뿐만 아니라 민간 보험에 의해 지출된 의료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의료이용 수준이 높고 증가가 가파르다는 점은 의료이용 적정성 및 의료체계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면서 "건강보험 가입자 의료이용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추이를 예측할 수 있는 모형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연구팀은 전국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 남녀 1241명을 대상으로 의료에 대한 인식 및 선호와 함께 높은 의료이용 원인 분석 등을 시도했다.
특히 가치가 낮은 의료이용, 즉 임상적으로 필수적이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한 환자 결정에 의사 권고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연구는 특정 시나리오를 제시한 뒤 응답자가 여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의사 권고가 있으면 환자 스스로 불필요하다고 생각해도 가치가 낮은 의료서비스를 받기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위식도역류질환이 의심되는 흉통 환자에서 순환기내과 방문 및 정밀검사’의 경우, 의사가 혹시 모를 심장질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정밀검사를 받아보기 권했을 때 응할 것인가에 대해 41.5%가 이용 의향을 밝혔다.
그러나 '본인이 원한다면 심장에 문제가 없는지 정밀검사를 받아볼 수 있으나 꼭 필요할 것 같지 않다고 얘기했다'며 의사의 소극적 태도를 가정한 대조군에서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18.7%만 정밀검사 입장을 가졌다.
이는 본인부담금이 많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질환이 의심되지 않은 단순 두통 환자에서 MRI 촬영'은 의사가 적극적으로 권할 경우 50.2%가 이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대조군에서는 37.2%에 그쳤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미한 두부 외상 환자에서 CT 촬영’의 경우 의사 권고가 있을 때는 76.5%, 없을 때는 68.5%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연구팀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가치가 낮은 의료이용을 늘릴 위험도 지닌다"며 "가치가 낮은 의료이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환자 선호의 변화 뿐 아니라 의사가 환자에게 이를 권고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사입력 : 2022.06.22 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