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방문확인 근거로 보건복지부 현지조사 의뢰
법원, 의약분업 위반 적용...영양사·조리사 인력 불인정
▲ 서울행정법원
입원환자의 의약품을 간호사에게 조제토록 하고, 영양사·조리사 가산 규정을 지키지 않은 병원장에게 내린 70일 업무정지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A병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등 처분 취소 소송(2016구합53678)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사건의 발단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1년 7월경 A병원에 대해 수진자 조회 및 자체조사(방문확인)를 통해 약사 없이 간호사가 입원환자에 대해 원내조제를 하고 있는 부당혐의를 확인한 뒤 보건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보건복지부는 2013년 8월 19∼23일 총 18개월(2010년 7월∼2011년 4월, 2013년 4∼6월) 동안의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에 관한 현지조사를 벌였다.
현지조사 결과, 약사가 아닌 병동담당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가 약제 및 입원 환자 약제를 조제하고 5317만 원의 요양급여비를 청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의약품 비용(1642만 원)·영상 진단 및 방사선 치료료(938만 원)·치료재료(947만 원) 등을 더 징수하는 등 3798만 원을 과다 징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입원환자 식대 영양사·조리사 가산은 2인 이상 상근한 경우 산정할 수 있지만 B영양사는 병원운영 현황등 타 업무를 겸직했으며, C조리사는 병원 당직근무를 주로 했음에도 영양사 및 조리사 가산료로 4372만 원을 청구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총요양급여비용 32억 3740만 원 가운데 총부당금액 1억 3486만 원(월평균 부당금액 749만 원)으로 산출하고, 부당비율(4.16%)을 적용, 70일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같은 사안에 대한 형사 사건에서는 검찰은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1172회에 걸쳐 입원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 약사법을 위반했다며 기소했으나 법원은 범죄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A병원장은 "입원환자에 대해 1일 2회 회진 시작 전에 의사 2명의 구체적인 지시·감독 하에 수간호사로 하여금 약을 조제하게 한 것"이라며 처분의 적합성을 따졌다.
또 "B영양사는 식당 팀장이었기 때문에 관리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 기본적으로 영양사로 상근했고, C조리사는 병원에서 숙식을 하고 있어 업무 종료 후에도 입원환자 출입을 관리했던 것일 뿐 기본적으로 조리사로 상근했다"며 "처분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의약분업 제도의 목적 및 취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약사법 규정, 국민건강에 대한 침해 우려, 약화 사고 발생 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의사의 지시에 따른 간호사 등의 조제행위에 대해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지휘·감독을 했거나 적어도 당해 의료기관의 규모와 입원환자의 수, 조제실의 위치, 사용되는 의약품의 종류와 효능 등에 비추어 그러한 지휘·감독이 실질적으로 가능했을 것으로 인정되고, 또 의사의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도 제대로 이뤄진 경우라야만 할 것"이라는 대법원 판례(2006도4418)를 제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현지 조사 과정에서 '의사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시·감독없이 직접 조제한 사실이 있다'는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들이 자필 사실확인서 등을 들어 "증거 가치를 부인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간호사 내지 간호조무사의 조제행위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지휘·감독을 했다거나 지휘·감독이 가능한 상태에서 간호사 내지 간호조무사들이 원고의 조제행위를 단순히 기계적으로 보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영양사와 조리사도 상근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병원급 이상은 영양사와 조리사가 2명 이상인 경우 식대를 가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인력산정 기준으로 환자식 제공업무를 담당하는 인력, 계약직의 경우 근무시간 등 근무조건이 상근자와 동일하면서 3개월 이상 고용계약을 체결한 경우 1인으로 산정, 시간제·격일제 등의 경우는 제외하고 있다"며 "상근 영양사나 조리사는 적어도 매주 5일 이상 출근해 근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B영양사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식당업무를 했다"는 현지 조사 사실확인서에 무게를 실은 재판부는 B영양사는 환자식 제공업무를 주로 담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은 점, 식당에 나온 시간도 일주에 두 번 정도에 불과한 점을 지적했다.
C조리사에 대해서는 상근 조리사 급여의 70% 정도만 받으며 병원 당직 근무를 주로 하면서 조리에 필요한 심부름 정도만 한 것으로 보일 뿐 조리사로서 환자식 제공업무를 주로 담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상근조리사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협신문 송성철 기자 | good@doctor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