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병·의원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1,327명 응답
코로나19로 인한 불이익은 강제휴가…응답자의 50%가 꼽아
병실이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노동자의 57%가 코로나19 감염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무급휴가, 무급휴업, 연차 소진 등 강제휴가에 내몰리고 있다는 답변도 5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11월 10일 지난 7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코로나19 장기화 대응 및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병·의원 노동자 실태조사’에 참여한 1,327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고통받고 있는 소규모 병·의원급 의료기관 노동자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됐다.
조사결과 무엇보다 병·의원 근무 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보건의료노조는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했어도 미교부하고 있다는 응답이 약 30%로 조사됐다.
특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의 63%가 임금명세서도 못 받는다고 답했으며 임금명세서가 없어 시간 외 또는 휴일근로수당이 제대로 지급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입원 병실이 없는 의원급 응답자 가운데 야간근로는 22.9%, 토요일 진료는 57.6%, 명절과 국경일 등 공휴일 진료는 20.4%가 실시한다고 답했지만 이에 따른 시간 외 또는 휴일근로수당은 유효답변의 36.6% 33.8%, 46.1%가 받지 못한다고 답해 최소 1/3, 많게는 거의 절반이 공짜노동을 하는 셈이라고 보건의료노조는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야간진료는 근로계약서 미작성의 경우 비율이 더 높고 시간외수당을 못 받는 비율도 높았다.
휴게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응답도 절반이 넘었으며 임금 역시 정해진 규칙 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응답이 유효답변의 25.8%에 달했다. 응답자의 46.8%는 근로계약서를 미작성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 층에서는 연말정산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높았다.
임금총액이 2,000만원 이하의 응답자 가운데 41%가 연말정산을 하지 않는다고 응답해 3,400만원 이상 응답자보다 무려 20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현장에서는 저임금 층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소득세 등을 대납해 임금을 보전하고 연말정산의 환급금도 귀속하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노동환경과 관련해서는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고용불안은 56%, 임금 불만족은 70%, 장시간 노동은 66%, 업무 피로도는 42%, 이직 고려는 55%, 비인간적 대우는 43%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를 토대로 보건의료노조는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열악한 노동조건에 고통받고 있는 소규모 병·의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향후 노동조합 조직화와 열악한 현실을 알리는 다양한 사업을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자세한 실태조사 결과는 보건의료노조 홈페이지 ‘보건친구’ 자료실에서 확인이 가능하다(https://bit.ly/3eEpuPs).
오민호 기자
기사입력 : 2020.11.10 1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