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환자가 낙상사고를 당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병원에 책임을 물은 원심을 뒤집어 관심을 모은다.
병원에서 발생한 사고는 환자 안전 및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병원에게 있다는 그간의 인식과 달리, 대법원은 아무리 병원에서 발생한 사고라 하더라도 의료상의 과실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없는 경우 막연히 병원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근 대법원은 환자 A씨가 B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소송에서 B병원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해 구상금 지급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B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환자로 해당 병원에서 낙상 사고를 당해 손해를 입었다.
A씨는 B병원이 안전예방매트 등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았다며, B병원에 본인의 손해에 대한 구상금을 청구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원심은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낙상사고 당시 환자의 침대 근처에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않은 사정 등을 들어 B병원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하지만 패소한 B병원이 제기한 상고에서 대법원은 의료행위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는 매우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인한 것으로 막연한 인과관계 추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와 관해 의료상의 과실 이외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손해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아니한다"는 지난 2007년 5월 31일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B병원이 A씨가 낙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취했던 당시의 여러 조치들은 현재의 의료행위 수준에 비춰 그다지 부족함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을 뿐더러, B병원의 간호사가 중환자실에서 A씨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살핀 뒤 불과 약 15분 후에 이 사건 낙상사고가 발생한 것을 가지고 낙상 방지 조치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B병원 측이 충분히 살피지 않았거나,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심이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않은 것을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논거 중 하나로 삼고 있는 데 대해, "원심으로서는 이와 같이 단정하기에 앞서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 나아가 피고병원이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지 아니한 것이 의료행위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는지를 규범적으로 평가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A씨가 상해를 입게 된 낙상사고가 의료상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료과실 외 다른 원인이 있지는 않은 지 충실히 심리·판단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법원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객관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아 막연한 추측에 불과한 판시 사정에 기초하여 피고 B병원의 과실이 있다고 보아 B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행위에 있어서의 주의의무 위반 및 그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B병원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기사입력 : 2020-12-04 06:04